의결권 자문사 중 첫 의견 내
"조 회장측 유리한 고지에 올라"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진칼(65,300 +3.32%)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 연임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올해 한진칼 주총 안건에 관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첫 의견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진칼 조원태 회장 연임 찬성"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30,550 +3.91%)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29,650 +1.89%) 부사장·사모펀드 KCGI·반도건설 등 이른바 ‘반(反) 조원태 3자 연합’이 박빙의 지분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진칼 지분 2.9%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가 조 회장 측 손을 들어주면서 조 회장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된 의안 중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과 회사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전원에게 ‘찬성’ 투표를 권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들에 일제히 발송했다. KCGI 등 3자 연합이 낸 이사 후보들에 대해서는 기권(불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에서 “한진칼이 제안한 이사회 안이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진칼 이사회는 KCGI가 기존에 요구한 사항들에 대해 어느 정도 개선을 이뤘다”며 “양측이 상정한 후보가 모두 선임되면 이사회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의결권 자문사는 상장사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찬성이나 반대 권고 의견을 제시한다.

한진칼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 후보로 조 회장을 포함해 7명을 올렸다. 3자 연합은 별도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5명 등 7명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내놓고 표 대결을 예고했다.

3자 연합 측이 확보한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KCGI 17.29%, 반도건설 8.28%, 조 전 부사장 6.49% 등 총 32.06%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조 회장(지분율 6.52%),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등이 보유한 33.45%다. 양측이 확보한 지분율이 거의 비슷하다. 국민연금(2.9%)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등이 어느 쪽에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상황이다.

기관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추천하는 자문사들의 보고서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국민연금 등 기관들은 투자 대상 기업들의 민감한 주총 안건에 대해 자문사 권고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외에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 3개 의결권 자문사와 외국계인 ISS, 글래스루이스도 조만간 한진칼 주총 안건에 관한 보고서를 기관들에 보낼 예정이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권고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 회장과 3자 연합 양측은 올해 정기 주총에 사용되는 주주명부가 작년 12월 26일 기준으로 폐쇄된 가운데서도 한진칼 지분 매집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3자 연합 중 반도건설은 5.02%, KCGI는 0.54%를 각각 샀다. 그러자 조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4.9%를 추가하며 맞불을 놨다. 카카오도 1%를 더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이태호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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