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 인프라펀드 통해
직·간접 투자한 업체 주가 폭락
국민연금 "일단 시장 상황 주시"
마켓인사이트 3월 11일 오전 4시 27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전쟁’이 촉발한 유가 폭락이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글로벌 운용사인 블랙스톤을 통해 간접 또는 직접 투자한 미국 셰일 관련 에너지업체의 주가가 급락해 투자 원금의 일정액을 손해볼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운용 중인 인프라펀드를 통해 인수를 추진하던 미국 셰일 관련 에너지 업체 톨그래스에너지에 대한 계약 이행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말까지도 주당 22달러였던 톨그래스에너지 주가가 국제 유가 급락으로 1주일 새 17.98달러로 20% 가까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은 “기존 계약 조건을 이행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FT는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 계약 조건 변경이나 심한 경우 계약 포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톨그래스에너지는 미국 전역에 1만 마일(약 1만6000㎞)에 달하는 천연가스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내륙에서 채굴한 원료를 가공해 해안 또는 석유화학 시설로 옮겨주고 이용료를 받는 ‘미드스트림 업체’다. 올해 초 블랙스톤과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는 절반씩 돈을 내 주당 22.45달러, 총 63억달러에 톨그래스에너지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선 국민연금을 비롯해 교직원공제회, 한화생명(3,855 +1.18%), ABL생명 등 다수의 기관이 블랙스톤 펀드에 업체별로 많게는 수천억원가량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와 별도로 톨그래스에너지 인수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5억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톨그래스에너지 인수는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선을 유지해 미국 셰일 원유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는 가정 아래 이뤄졌다. 하지만 유가가 50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국면이 장기화되면 셰일 채굴 업체들이 줄도산하면서 톨그래스에너지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

블랙스톤은 톨그래스에너지 인수 계약 이후 지난 10일까지 약 8억달러의 평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 취소로 인한 위약금이 최대 7000만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블랙스톤과 투자자들이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FT의 지적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일단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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