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요동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배분 전략인 ‘사계절(올 웨더)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익을 냈던 사계절 포트폴리오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견조한 수익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원자재, 금 등에 나눠 투자하는 이 포트폴리오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를 세운 레이 달리오가 고안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10.8% 하락했다. 반면 사계절 포트폴리오는 같은 기간 5.1% 수익을 냈다. 입소문이 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서로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국내 투자 커뮤니티에선 사계절 투자법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투자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주식 30%, 장기채 40%, 중기채 15%, 원자재 7.5%, 금 7.5%로 구성하는 것이 표준으로 통하며, 비중과 구체적인 편입 자산은 투자자마다 조금씩 달리할 수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편입 자산으로 많이 쓰는 상장지수펀드(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VTI(미국 주식), TLT(미국 장기 국채), IEF(미국 중기 국채), DBC(원자재), GLD(금) 등이다. 이렇게 구성한 사계절 포트폴리오는 1년 1회 리밸런싱(비중 재조정)을 기준으로 2006년 2월부터 올해까지 182.7%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ETF(SPY) 수익률은 198.6%였다. 이렇게 보면 미국 S&P500지수에만 투자하는 게 나아 보이지만 사계절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을 대폭 낮춘 게 장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3.2% 수익을 올리며 선방했다. 그해 S&P500지수는 40% 가까이 하락했다.

펀드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삼성 믿음직한 사계절 EMP’를 내놨다. 키움자산운용도 두물머리와 손잡고 작년 말 사계절 전략을 접목한 ‘키움 불리오 글로벌 멀티에셋 EMP’를 선보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