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10일 오전 10시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돌턴인베스트먼트가 국내 1위 안경렌즈 전문업체 삼영무역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주의 활동에 나섰다. 주주제안 방식을 통해 올해 정기 주주총회 감사 후보자를 추천하면서 삼영무역을 압박하고 있다. 삼영무역은 돌턴에 맞서 감사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어 오는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마켓인사이트] 美 돌턴, 안경 1위 삼영무역 '정조준'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돌턴은 올해 삼영무역 정기 주총에 조성민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감사와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를 신규 감사 후보로 추천했다. 삼영무역은 돌턴의 이런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24일 열리는 주총에 이들의 감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이와 동시에 삼영무역은 이번 주총에 현행 상근 감사 자리를 없애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 변경 안건도 올렸다. 이는 돌턴의 주주제안을 무산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현행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삼영무역은 자산총액이 5000억원대에 머물고 있어서다. 삼영무역은 감사위원회를 설치할 필요는 없지만 돌턴이 추천한 감사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설치를 추진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주총 당일 삼영무역 주주들은 감사위원회 설치 정관 변경 안건을 먼저 표결하게 된다.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되면 돌턴의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감사 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된다.

삼영무역의 최대주주는 지분 20.88%(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한 이승용 삼영무역 대표다. 최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2.63%에 달한다. 하지만 상법에선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 선임 때 지배주주 및 주요 주주는 의결권을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른바 ‘3%룰’이다.

또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다.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총주식 3분의 1 이상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감사위원회 신설 및 감사 선임 안건을 놓고 벌이는 이번 주총 대결에서 누가 이길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다른 주요 주주와 기관투자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른 주요 주주로는 이 대표와 친인척 관계인 이중홍 전 경방 회장(6.10%)이 있다. 국내외 기관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10.93%), 하이클레어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스(6.14%), 피델리티 인스티튜셔널 에셋매니지먼트 트러스트 컴퍼니(5.71%) 등이 있다. 이 중 하이클레어는 지난달 삼영무역 주식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돌턴은 2017년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에 가입하고 국내 증시에서 주주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홈쇼핑에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삼영무역은 지난해 연결 기준 274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2692억원) 대비 1.85%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1억9600만원으로 전년(68억583만원) 대비 35.1% 껑충 뛰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