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경기의 척도인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단숨에 주가가 본격 상승하기 이전인 지난해 10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더 지연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美반도체지수 10년來 최대 폭락…베팅한 개미 "업황회복 지연될라"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9일(현지시간) 8.34% 급락해 1558.16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10월 15일(-8.90%) 이후 가장 컸다. 삼성전자 주가가 본격 상승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10일(1555.79) 이후 최저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미국 30개 반도체 기업 주가를 모아 산출하는 것으로 관련 업황을 가늠하는 데 널리 쓰인다. 이 지수가 크게 미끄러지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 반도체 업종도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메릴린치가 반도체 업종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바꿔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은 아직 긍정적인 곳이 많지만 일각에선 반도체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에 충격이 발생하면 반도체 부문이 받는 단기적인 영향은 다른 부문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주는 외국인에서 개인투자자로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를 3조256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11.22% 떨어졌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조519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