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탱커)을 제조하는 조선사가 수혜를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 수요가 늘어 해상 석유 물동량이 증가하고, 이는 탱커선의 발주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수주 가뭄’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의 주력 선박인 탱커 발주가 늘어나는 건 실적과 주가를 견인할 재료라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에서 해외 주요 탱커선사의 주가는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벨기에 선사인 유로나브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10.23% 급등했다. 캐나다의 티케이탱커스가 4.43%, 노르웨이 선사 프론트라인도 7.31% 뛰었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원유(WIT)와 브렌트유는 모두 25% 가까이 폭락해 원자재 시장은 물론 증시도 요동쳤다. 하지만 글로벌 해운업계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낮은 유가가 석유 수요를 늘려 원유를 실어 나르는 탱커선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2014년에도 전례가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감산 발표로 2014년 10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가 단숨에 50달러까지 급락했다. 이후 11월부터 이듬해까지 탱커 발주량은 두 배가량 증가했다. 글로벌 탱커선사들의 주가도 3~6배가량 뛰었다. 유가는 떨어져도 원유 수요는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VL탱커의 선박량 대비 수주 잔량이 역사적 최저점 수준을 보이고 있어 향후 VL탱커 발주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원유 해상 물동량은 8400t, VL탱커 발주량은 62척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와 유가 급락이라는 호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은 150원(0.64%) 오른 2만3550원에 마감됐다. 전날 유가 급락 호재에도 1% 넘게 하락한 데 이은 강보합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전날에 이어 40원(0.99%) 떨어진 4005원을 기록했다. 지난 6일 이후 3거래일간 8.7% 떨어지는 등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날 티웨이항공(-0.65%) 제주항공(-1.87%) 진에어(-1.99%) 등 주요 항공주도 함께 떨어졌다.국제 유가 하락은 항공업종엔 수혜다. 항공유 비용이 큰 항공사 사업 구조상 유가가 10% 정도 내려가면 영업이익이 2.5%포인트 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럼에도 주가가 방향을 못 잡는 것은 유가 하락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여객 수요 급감 악재가 더 크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이달 말까지 한국인 입국 제한(14일 격리) 조치를 시행하면서 항공사들의 일본행 노선이 중단된 영향이 컸다.하지만 일부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도 나오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유가 폭락 당일(9일) 이후 이틀간 60억원 규모 대한항공 주식을 순매수했다. 예상과 달리 지난달 항공화물 수요가 늘어난 게 기대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의 화물 수송은 전년 동기 대비 20.2% 늘어난 21만9000t을 기록했다.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생산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원자재를 운송시간이 짧은 항공화물을 통해 조달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화물 운임은 이달 들어 2월의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며 “예상 못했던 항공화물 호황으로 대형 항공사 중심으로 실적 방어요인이 생겼다”고 분석했다.주요 국내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항공사들의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4937억원)는 전년 대비 88.5% 늘 것으로 예상된다. 티웨이항공의 올해 영업이익(컨센서스 37억원)은 흑자전환하고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은 적자 폭이 줄 것으로 전망된다.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증권시장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안정적이다. 하지만 단기투자를 해오다 시세 폭락으로 팔지 못한 건 장기투자자가 아니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단기 수익을 노려온 시장참여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손절매(손해를 감수한 매도) 하지 못하고 주가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여서다. '유럽의 워런버핏'으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의 투자대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80년간 투자경험을 토대로 이 같은 '심리적 불안정'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20년대 후반, 18세였던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생애 첫 주식 매매를 한 뒤 2000년까지 유럽 증시에서 활약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달간 약 14% 빠졌다. 2월 중순께 2250선까지 올랐던 지수는 1940선 아래로 내려왔다.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였던 9일엔 2000선을 내준 뒤 4% 넘게 밀렸다. 외국인은 이날 이 시장(코스피)에서만 1조3125억원어치 보유주식을 내다팔았다. 1999년 이후 가장 컸던 하루 순매도 금액이다. 중소형주 중심인 코스닥시장의 경우 낙폭은 더 깊다. 2월 중순께 700선에 바짝 다가섰던 코스닥지수는 600선 붕괴 위협을 받고 있다. 원자재 관련 파생상품에 단기적으로 접근했던 투자자들은 더욱 난감해졌다. 원자재 파생상품 시장이 문을 닫았던 주말 동안 '석유 전쟁'이 터진 탓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감산에 합의하지 못했고, 국제유가는 끝내 폭락했다. 이번주 시장이 열리자마자 원유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증권) 등이 줄줄이 곤두박질쳤다. KODEX WTI원유선물(H)이 이날 29.97% 급락한 1만1015원에 거래를 마쳤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도 29.98% 빠진 2230원을 기록했다. 이들 상품은 WTI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유선물지수의 원화환산전 수익률을 추종한다. 해외 기업에 직접(주식) 또는 간접(펀드) 투자한 경우도 사정은 심각하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주요 아시아 증시까지 무더기 폭락 장세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는데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79% 내린 23,851.02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각각 7.60%와 7.29% 미끄러졌다. 미국 증시에선 장중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1997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도쿄증시(니케이평균주가)는 장중 1만9000선이 붕괴됐는데 201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전날에도 2만선 아래에서 거래를 끝냈는데 2만선 붕괴 역시 2019년 1월4일 이후 1년2개월여 만에 일이다.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주가에 콱 물린' 투자자라면 어떻게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까. 손절매 이후 주가 상승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관망으로 주가 회복을 기다려야 할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오히려 주식비중을 늘려야 할까.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투자심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90%가 크고 작은 게임가인데 이들의 성공은 대게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라며 "대중의 일치에 반해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이유인데 반대로 훌륭한 투자자는 자신의 논리에 확신이 있으면 대중의 지배적인 생각과 반해 행동한다"라고 저서를 통해 강조했다. 이어 "그저 빨리 대박을 터뜨리고 싶어서 단기적으로 사거나 팔고 싶어하는 게임가들은 통상 깊이 사고하지 않고 외부 사건들을 심사숙고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게임가들이 증권시장에 많이 관여하면 할수록 증시 분위기는 더욱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비관주의와 낙관주의 세계관은 주식시장에서도 상존한다. 낙관적인 투자자는 강세장을 상징하는 '황소'를 좋아하고 비관주의자는 약세장인 '곰'을 좋아할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사건이 주가에 변수로 작용해도 다른 의견을 낸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하락장 투자자는 모든 뉴스를 비관적으로 평하고, 똑같은 뉴스에 대해 상승장 투자자는 낙관적인 해석을 내놓는다"고 했다.대중의 지배적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마이너스 공포'에 휘둘릴 이유도 없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가 7% 넘게 폭락한 것을 "국제유가와 언론 탓"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가 급락과 관련,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가격과 공급을 놓고 다투고 있다"며 "이것과 가짜뉴스가 주가 급락의 이유"라고 밝혔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10개 주요 산유국은 지난 6일 원유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러시아는 감산이 원유 가격을 올려 상대적으로 채굴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석유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자 언론을 맹비난했다.그는 "가짜뉴스 언론과 그들의 파트너인 민주당은 사실이 보증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코로나19 상황을 악화하기 위해 그들의 준(準) 권력 내에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 공중보건위생을 책임지는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이 "평균적인 미국인에 대한 위험은 낮다"는 발언을 소개하며, 미국의 위험 수준이 높지 않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3만7000명의 미국인이 일반적인 인플루엔자로 사망했다. 이는 매년 평균 2만7000명에서 7만명 사이에 있었다"며 "어느 것도 폐쇄되지 않고, 삶과 경제는 상승한다. 지금 이 순간 (미국에서) 546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22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