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장중 한때 0%대로 떨어졌다.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대에 진입한 건 사상 처음이다.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채권시장 투자자가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37%포인트 급락한 1.038%로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개장 직후 역대 최저인 연 0.998%까지 거래됐다가 이후 소폭 올라 연 1%대를 회복했다. 이날 국고채 1년물(1.014%)과 5년물(1.127%), 10년물(1.286%)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10년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역대 최저 수준에 마감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행한 1년 만기 통화안정증권도 사상 최초로 0%대 금리에 낙찰됐다. 한은은 통안증권 1년물 8000억원어치를 경쟁입찰에 부친 결과 낙찰금리를 연 0.990%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미국 등 글로벌 채권시장의 초강세가 국내 시장 금리를 끌어내린 핵심 요인이라는 평가다. 미국 채권 금리는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뒤 연일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 CNBC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야간 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역대 최저인 연 0.487%에 거래됐다. 국채 30년물 금리도 연 0.974%까지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연 1%선 아래로 내려왔다.

이번 금리 급락이 코로나19 사태가 또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 영향으로 지난해 세계 비금융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인 94%로 커졌다”며 “코로나19 확산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중국 등 주요국의 신용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투자자의 시선은 한은에 쏠려 있다. Fed가 기습적인 금리 인하로 선제적 대응에 나선 반면 한은은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만큼 금통위가 4월에나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범진/이태호 기자 forward@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