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4일 오전 5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부감사에 차질을 빚는 기업이 잇달아 사업보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다. 개최 장소를 변경하느라 주주총회 일정을 연기하는 기업도 하나둘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주총 준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기업들의 주총 시기 연기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화신테크는 지난 3일 금융당국에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겨도 제재를 면제해달라는 내용의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일부 임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주요 사업장이 휴업에 들어갔다. 화신테크 관계자는 “외부감사와 재무제표 작성이 지연되면서 사업보고서를 제때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모빌리티, 오가닉티코스메틱, KH바텍 등 다른 코스닥 상장사도 같은 이유로 “사업보고서 제출이 지연돼도 제재하지 말아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행법상 기업은 주총 6주 전에 별도 재무제표(연결 재무제표는 4주 전)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인에 제출해야 한다. 재무제표와 감사의견을 첨부한 사업보고서는 직전 회계연도 경과 90일 이내에 내야 한다. 12월 결산법인은 오는 30일이 마감일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사업보고서를 제때 내지 못해도 제재하지 않기로 하자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26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법무부 등 관계기관은 12월 결산법인이 코로나19로 인해 재무제표(연결 포함),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해도 행정 제재와 시장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오는 18일까지 제재 면제 심사 신청을 받는다.

장소를 변경하느라 주총 일정을 미루는 기업도 줄을 잇고 있다. 라면업체 삼양식품은 20일 강원 원주 삼양식품 원주공장에서 주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자 30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본사에서 주총을 열기로 했다. 예술 서비스업체 이에스에이도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로 개최 장소를 옮기면서 13일로 예정돼 있던 주총 일정을 18일로 미뤘다.

기업들이 주총 준비 과정에서 계속 암초를 만나면서 계획보다 주총일을 미루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업보고서와 장소 섭외 등 필수적인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에 정해 놓은 시기에 주총을 열기가 쉽지 않아서다. 업계에선 이달 안에 재무제표를 완성하기 어려운 기업은 재무제표 승인 안건을 제외하고 정기 주총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보고서 지연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받은 기업은 4월 이후 임시 주총을 열어 재무제표 승인 안건만 별도로 처리할 수 있다.

김진성/김은정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