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매도 폭탄’을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가 변동성 장세에서도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들이 있다. 실적 전망이 꾸준히 좋은 종목들이다. 급락장에서도 믿을 건 역시 실적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3일까지 12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4조97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코로나19 확산이 반도체 업황 회복을 늦출 것이란 분석이 글로벌 투자업계에 확산되면서 매도세가 거셌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5208억원, SK하이닉스를 466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국내 반도체 ‘투톱’을 팔아치우면서도 카카오, 삼성전기, LG유플러스 등에 대해서는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로 107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런 매수세에 힘입어 카카오는 지난달 20일 장중 19만1500원까지 올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페이증권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고 정식 출범한 점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826억원 순매수)와 LG유플러스(807억원)도 실적 개선 기대로 외국인 매수가 유입됐다. 삼성전기는 전기차 시장 확대와 스마트폰 수요 개선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과 TV,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생산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분기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1822억원)을 달성하면서 올해도 실적 호조가 기대되고 있다. 5세대(5G)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컸던 종목은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칼이다.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의 지분 매집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