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조치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긴급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그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에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 및 주요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Fed는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Fed가 정례회의 이전에 긴급회의를 열고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 결정은 금융 시장에 오히려 독이 됐다.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는 모두 2% 이상 급락했다.

◆ "Fed, 추가 금리인하 나설 것"

간밤 미국 증시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 대한 실망감으로 하락 출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보호를 위해 적절한 정책 도구를 사용할 것이란 성명을 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시장에서는 미국은 금리를 인하하고, 유럽과 일본 등의 정책 대응을 기대했으나 그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부 위원이 정책 대응에 반대한다고 발표해 공조 기대감을 약화시키기도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우려를 키웠다.

이후 Fed가 0.5%포인트의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하자 미 증시는 한때 상승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례회의 전에 금리를 인하했다는 점이 경기둔화 우려를 자극해 하락을 이끌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Fed가 올해 0.5%포인트 수준의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 중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Fed는 이달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고 이후 정례회의에서도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이라며 "이번 금리 인하 직후 시장이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에 0.5%포인트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시장 안정 위해 추가 조치 필요"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G7 및 미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역사상 최저금리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한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G7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공동전선이 필요하고, 미국도 기준금리 인하 외에 양적완화(QE)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한국 증시는 Fed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 ECB의 정책 대응,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의 긴급 대응 시사와 함께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낙폭이 미국보다 제한될 것이라고 키움증권은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긴급 금리인하 결정과 관련해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연다. 미 금리인하에 따른 금융 및 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한다.

한민수/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