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1조원이 넘는 회사채 투자 수요를 모았다. 정유업황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가라앉았음에도 창사 후 최대 수요를 확보했다.

에쓰오일, 정유업황 부진에도 회사채 흥행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이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전날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1조14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9500억원어치 주문이 쏟아졌던 2018년 7월 회사채 청약의 기록을 깨고 창사 이래 최대 수요를 모집했다. 2300억원어치를 모집한 5년물에 7900억원, 7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한 7년물에 1000억원이 들어왔다. 장기물인 10년물에도 모집액(1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2500억원이 모였다.

실적 악화 우려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투자 수요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8% 줄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한 여파가 컸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으로 쉽지 않은 영업 환경에 놓여 있다.

기관들은 신규 자금 운용을 위해 올초부터 적극적으로 신용등급 ‘AA-’ 이상인 우량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다. 특히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신용등급도 하락세가 강해지면서 위험 회피를 위해 우량 회사채를 담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LG화학(2조3700억원)과 SK하이닉스(2조700억원)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조원 이상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AA+’(안정적)다. 탄탄한 대주주(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를 두고 있다는 점도 투자 수요를 모으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넉넉한 투자 수요가 모인데 힘입어 채권 발행금액을 최대 7000억원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만큼, 발행금리도 역시 창사 이후 최저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5년물은 연 1.5%대, 7년물과 10년물은 연 1.6%대의 금리로 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오는 10월까지 차례로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