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위해 4000억 조달 착수
5~6일 주주대상 청약 예정

HDC도 증자 적극적 참여
신주 1000만주 사들이기로
HDC현대산업개발(21,200 +2.42%)이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4,310 +4.87%) 인수자금 조달의 첫 관문이다. 장밋빛을 꿈꿨던 당초 예상과 달리 신사업을 위한 실탄 조달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건설업황 전망이 어두워진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업마저 비틀거리고 있어서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어떻게 녹이느냐가 유동성 확보의 성패를 결정할 전망이다.
'겹악재' 만난 HDC현산, 유상증자 성공할까

악재에도 M&A 실탄 조달 강행

HDC현산은 유상증자를 위해 오는 5~6일 이틀간 주주를 상대로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새로 발행할 주식 물량은 2196만9110주로 현재 유통주식(4392만8750주)의 절반에 달한다. 이 회사는 이번 증자를 통해 3987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HDC현산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사용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 2조5000억원 중 2조101억원을 대기로 했다. 나머지 4899억원은 컨소시엄을 맺은 미래에셋대우가 부담한다. HDC현산은 이번 유상증자와 4월 회사채 발행을 포함한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금융권 차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수 예정일은 4월 30일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철회설까지 나도는 가운데서도 계획대로 인수자금 조달 절차를 밟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중국 노선의 79%와 동남아시아 노선의 25%를 축소하고 모든 직원이 돌아가며 무급휴직을 하는 등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증권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올 상반기에만 1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

대형 인수합병(M&A)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대량의 신주 발행으로 인한 지분 가치 희석 등으로 가라앉은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12일 3만1100원이던 HDC현산 주가는 그 이후 3개월여간 41.9% 하락해 지난달 28일 1만8050원까지 주저앉았다. 어느덧 잠정 신주 발행가격(1만8150원) 아래로 추락했다.

그동안의 주가 변동 수준을 반영해 2일 확정될 최종 발행가격이 더 낮아지겠지만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신주 투자 매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HDC가 초과 청약 등을 통해 이번 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정도가 긍정적인 요인이다. HDC는 최대 1827억원을 투입해 HDC현산 신주 1007만130주를 사들일 방침이다.

항공업 진출 효과 보여야 반등

유상증자 성패와 별개로 냉각된 투자심리가 되살아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주력인 건설업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고전하는 가운데 야심차게 발을 들이려는 신사업마저 시작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HDC현산은 2분기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실적과 재무상태를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11월부터 HDC현산과 지주사인 HDC의 신용등급(둘 다 A+)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려놨다.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했음에도 기존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하향 검토 대상 기업은 6개월 안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차입 부담이 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만으로도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계열 편입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에 추가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HDC현산의 재무적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 진출이 성장에 기여할 것이란 확신 없이는 한동안 주가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공업은 항공기 도입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비용 부담만 큰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절반은 항공주나 다름없어졌다”며 “항공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돼야 가라앉은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이태호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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