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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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될 것이란 공포가 세계 주식시장을 지배했다. 주요국 증시가 동반 급락했고,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넘은 28일 코스피지수도 20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은 닷새째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사태 전개에 따라 증시 조정이 3~6개월 정도로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67.88포인트(3.30%) 급락한 1987.01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4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 55조6000억원이 증발했다.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 24일부터 닷새 동안 누적 순매도액은 3조4544억원에 달한다.

확진 2000명 넘은 날, 코스피 2000 깨졌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장중 33.11까지 올랐다. 유럽 재정위기가 극에 달했던 2011년 11월 25일(33.44) 후 8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포에 휩싸여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며 “과거 전염병 대유행 사례로 보면 증시 조정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 하단을 1900선까지 열어놓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 시장도 완연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42%, 4.61% 폭락했다. 두 지수는 19일 고점 대비 12%가량 빠졌다. 뉴욕증시 폭락 영향으로 28일 일본 닛케이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는 각각 3.67%, 3.71% 급락했다.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원화가치도 급락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원50전 오른(원화 가치 하락) 달러당 1213원50전으로 마감했다.
'코로나 대유행' 땐 증시 2분기까지 조정…코스피 1900선도 '위태'
코스피 2000 붕괴…리서치센터장 긴급 진단


세계 주식시장이 ‘공포’로 뒤덮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탓이다. 코스피지수도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에 2000선이 붕괴됐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증시 전망을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은 증시 조정이 앞으로 몇 달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태가 진정되는 데 3~6개월은 걸릴 것이란 진단이다. 투자자가 공포에 휩싸이면서 코스피지수 1900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확진 2000명 넘은 날, 코스피 2000 깨졌다
사태 지속 땐 1900선까지 밀릴 수도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당분간 조정흐름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코스피지수는 1950~1960을 1차 지지선으로 보는 곳이 많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60은 코스피의 과거 5년 평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9.9배에 해당하는 지수”라며 “과거에도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동해왔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공포 심리와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190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1960은 현재 기업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실적 전망치가 내려가면 같은 PER 10배를 적용해도 지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같이 빠지고 있지만 하락폭은 점차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 증시의 상승폭이 크지 않아 미국(선행 PER 18배), 유럽(13~14배), 일본(13배), 대만(15배) 등에 비해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낮기 때문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은 “낙폭이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태도 변화 등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도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확진 2000명 넘은 날, 코스피 2000 깨졌다
코스피지수가 이미 과매도 구간에 들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해외 증시가 불안하니 국내 증시에서도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던지고 있다”며 “2050선 이하는 과도하게 떨어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줄어든 V자 반등 기대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만 해도 기대됐던 ‘V자’ 반등 가능성이 급격히 줄고 있다. 김지산 센터장은 “생산, 소비 등 실물 경기가 타격을 받고 있어 V자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U자형이나 더 완만한 L자형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희도 센터장도 “과거 대유행 수준의 전염병이 진정되는 데 3~6개월이 소요됐다”며 “국내 증시가 온전히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코로나19가 얼마나 빨리 잡히느냐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지금이라도 신규 확진자가 줄면 V자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두 분기 이상 사태가 계속되면 이미 경기에 굉장한 타격을 준 상태라 이후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추세 확인 후 매수 나서야”

센터장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천천히 대응해도 늦지 않다”며 섣부른 저가 매수를 자제할 것을 권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일반적인 경기 이슈와 달리 코로나19 사태는 예측이 쉽지 않아 증시에 선반영되기 어렵다”며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확인하고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시 반등 시 유망한 업종으로는 여전히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정보기술(IT)주를 꼽는 응답이 많았다. 김형렬 센터장은 “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이어져온 산업 흐름과 저금리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전기차 관련주를 조금씩 담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임근호/양병훈/설지연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