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올 들어 최대 15% 넘게 급락했다. 높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탓이다.

반면 해외 리츠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상승한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다수의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해외 리츠 ETF, ETN을 연내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해외 리츠 잘 나가는데…국내 리츠는 '털썩'
주가 크게 떨어진 국내 리츠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리츠코크렙은 5660원에 장을 마쳤다. 연초 대비 1140원(16.76%) 하락한 가격이다. 이리츠코크렙은 뉴코아아울렛, 엔씨백화점 등 상업시설에만 투자하는 리츠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가 지속되다가 최근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낙폭이 더 커졌다. 투자 시설에 쇼핑객이 발길을 끊으면서 입주 점포가 임차료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백화점, 아울렛 등에만 투자한 롯데리츠도 연초 대비 13.47% 주저앉았다.

해외 리츠 잘 나가는데…국내 리츠는 '털썩'
주거나 사무용 시설을 편입한 리츠는 사정이 좀 낫지만 하락세인 건 마찬가지다. NH프라임리츠는 같은 기간 9.20% 떨어졌고, 모두투어리츠도 8.95% 내렸다. 이 밖에 에이리츠(-7.62%), 케이탑리츠(-8.46%), 신한알파리츠(-6.83%)도 부진했다.

이들 종목의 하락폭이 큰 건 지난해 리츠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며 단기 차액을 노린 개인 자금이 많이 몰린 것과 연관이 있다. 작년 말부터 주식시장이 반등 움직임을 보이자 리츠에 몰린 자금이 그새를 못 참고 주식시장으로 우르르 빠져나간 탓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주식시장을 덮치면서 자금이 다시 빠지고 있지만, 리츠보다는 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만 쏠리고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빠져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높아진 매력은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리츠의 시가배당률(26일 종가 기준)은 에이리츠 6.32%, 모두투어리츠 5.37%, 케이탑리츠 2.55% 등이다.

선방하는 해외 리츠 ETF·ETN

국내 리츠와 달리 해외 리츠로 구성된 ETF와 ETN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KINDEX 모닝스타싱가포르리츠채권혼합’ ETF는 연초보다 3.30% 오른 1만325원에 장을 마쳤다. ‘KINDEX 싱가포르리츠’ ETF(2.34%), ‘KINDEX 미국다우존스리츠’ ETF(2.98%) 등도 연초 대비 올랐다.

해외 리츠 잘 나가는데…국내 리츠는 '털썩'
‘TIGER 미국MSCI리츠(합성 H)’ ETF(1.06%)와 ‘미래에셋 미국 리츠(H)’ ETN(1.02%)도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폭락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 글로벌 리츠(H)’ ETN은 전날까지 연초 대비 상승을 유지했다가 이날 소폭(-1.16%) 하락으로 반전됐다.

정성인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해외에서는 리츠가 나온 지 좀 되다 보니 유행보다는 시중 금리와 경기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며 “금리가 낮아지면서 리츠 조달비용이 줄고 있고, 미국과 싱가포르의 경기 전망이 한국보다 좋아 주가가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여러 리츠를 담은 ETF·ETN이 주가 조정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KINDEX 미국다우존스리츠’ ETF는 114개의 리츠를 담고 있으며, 이들 리츠에 편입된 부동산 유형은 주거용(14.6%)·상업용(10.2%)·사무용(9.0%) 등 다양하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일본 리츠 ETF를 이르면 다음달 말 상장할 예정이다. 해당 국가 리츠를 100여 개, 60여 개씩 담는 상품으로 규모는 약 100억원씩이 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하반기에 해외 ETF를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