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온라인쇼핑 가속화… 오프라인, 체질개선·신사업 안착여부가 관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생으로 상반기 소매판매가 위축되면서 유통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백화점, 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사태로 오프라인 소비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온라인 소매 업체들의 상대적 수혜가 예상된다.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메르스가 발생하기 전 100을 웃돌던 소비자 심리지수가 97.7까지 하락하며 소매 업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후 메르스 사태가 단기에 마무리되면서 소비심리지수는 다시 100을 넘기며 유통업체 실적은 정상화됐다.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진행 중이지만 3~4월 안에 마무리된다면 올 2분기부터 소비자의 소비심리는 회복할 수 있다. 유통업체들의 실적도 1분기를 바닥으로 개선될 수 있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가 소비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할지 여부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국내 소매판매액은 2019년 약 473조원이었다. 이 중 온라인쇼핑을 통한 판매액은 약 135조원으로 전체 소매판매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8.4%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의 3분의 1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 셈이다.

최근에는 새벽배송, 샛별배송 등 배송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생필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의 온라인판매까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을 계기로 다양한 배송서비스를 경험해본 소비자들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와 롯데쇼핑, 홈플러스 같은 기존 유통 업체들도 온라인쇼핑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주문한 제품을 배송해주는 새벽배송을 2018년 5월부터 시작했다. 2019년 12월에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NEO3 센터를 가동하면서 새벽배송의 커버리지를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확대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 마트, 슈퍼 등 롯데쇼핑이 보유한 700여 개 매장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200여 개를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남아 있는 매장도 온라인쇼핑 흐름에 맞춰 전점 물류기지화를 추진한다.

일부 유통업체는 내수 성장의 구조적 한계를 면세사업을 통해 뛰어넘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기존 백화점사업에 면세사업이 더해지면서 외형 성장을 이끌고 있다. 면세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면세점의 판매액은 24조9000억원으로 2018년 19조원 대비 31.1% 성장했다. 국내 소매판매액이 연간 3.5% 정도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면세점 업체들의 판매액은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셈이다. 면세점 매출은 외국인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중국인 보따리상인 ‘따이궁’으로부터 발생한다.

최근 면세점을 방문하면 중국인들로 발들일 틈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따이궁들은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을 중국으로 가져가 SNS인 위챗 또는 타오바오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한다. 결론적으로 국내 면세점의 전방산업은 중국 온라인쇼핑시장인 셈이다.

신세계는 후발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사업에서 쌓은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면세점 판매액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 면세점을 오픈했고, 인천공항 터미널1과 2에 모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따라 신세계의 면세사업 판매액은 2015년 351억원에서 2018년 3조원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현대백화점은 대기업 면세사업자 중 가장 늦게 면세사업에 참여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오픈했으며 2019년 두타면세점을 인수해 올해 2월 오픈 예정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코로나19 발생과 온라인쇼핑 확산으로 2020년에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쇼핑 시장 확대에 적응하기 위해 체질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과 일부 사업자는 면세사업과 같은 신규 사업 진출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당면한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해 나갈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