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달새 국내주식 3조원어치 팔아치워…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증권가 "코로나19 변곡점 확인해야"
증시에서 거세지는 외국인 매도…'셀코리아' 언제까지(종합)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변곡점을 맞이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4천9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4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나흘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2조8천411억원에 달했다.

특히 전날인 26일에는 하루 만에 8천761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일별 순매도 기준으로 지난 2013년 6월 13일(9천551억원) 이후 6년 8개월여 만의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2월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누적 순매도 금액은 3조884억원 규모로 늘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대형 정보기술(IT)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최근 4거래일 동안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1조3천317억원)와 SK하이닉스(3천936억원)로, 이 기간 외국인은 무려 1조7천253억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냈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연초 상승 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일제히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다.

앞서 발병 초기 중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코로나19는 최근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 중국 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11명에 불과했던 국내 확진자가 27일 오전 현재 1천595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도 12명 발생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기업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가 우려된다며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실적 부진 우려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함에 따라 시장은 추가로 영향을 받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응 정책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에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한은의 금리 동결로 정책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외국인 매도 규모가 확대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는 연일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개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48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26일 외국인이 8천억원 넘게 투매에 나선 가운데에도 개인은 7천84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대부분의 매물을 받아냈다.

향후 주가 반등 가능성에 '베팅'하면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 역시 연기금의 매수세에 힘입어 소폭이나마 순매수(71억원)를 기록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연기금은 매수세로 돌아선 모습"이라며 "단기 급락 이후에는 코로나19 관련 이슈가 점차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증시에서 거세지는 외국인 매도…'셀코리아' 언제까지(종합)
결국 시장의 관심은 지수 반등 시점이 언제냐에 쏠리는 모습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회복하려면 코로나 관련 추이에서 '굿 뉴스'가 나와줘야 한다"며 "이번 주나 다음 주 내로 확진자 숫자가 추가로 늘지 않고 증가세에 변곡점이 형성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는 3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의 영향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내놓는지가 향후 외국인 매매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서상영 연구원은 "시장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정책 대응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추경 이후 투자심리가 진정되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증시에 다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