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를 타고 있는 한진칼과 자회사 대한항공 주가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주회사 한진칼 주가가 그룹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의 실적 악화에도 고공비행을 거듭한 결과다. 궁극적으로 주가 괴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어 편승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진칼 사상 최고가 vs 대한항공 4년 최저가
한진칼 주가는 26일 8500원(16.5%) 뛰어올라 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항공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2013년 9월 상장한 이후 최고가다. 장중 한때 6만5200원으로 26.6% 급등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주 간 지분 경쟁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최근 흐름은 정반대다. 이날 장중 2만1700원으로 떨어지며 2016년 1월 이후 최저가를 쓰기도 했다. 오후장 들어 힘을 내 전날보다 500원(2.53%) 오른 2만2950원에 장을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최악의 경영환경이 이 회사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 6249억원의 순손실을 낸 대한항공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40% 가까이 하락했다. 작년 2558억원의 순손실을 낸 한진칼 주가는 같은 기간 110% 넘게 치솟았다.

증권사들은 자산가치를 따져볼 때 지금의 한진칼 주가는 비정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을 넘어 주요 자회사인 대한항공(시가총액 약 2조2000억원), 한진(4000억원), 진에어(4000억원)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기 때문이다. 한진칼의 각사 지분율은 30%, 22%, 60%다. 올 들어 증권사들이 제시한 한진칼 목표주가가 현 주가의 절반 수준인 2만4000~3만3000원에 머무는 이유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조현아-KCGI-반도건설 연합 측이 번갈아가며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건설과 KCGI의 잇단 추가 매입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 지분율이 37%를 넘어섰다. 조 회장과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등 우호세력의 보유 지분(35%)을 웃도는 수준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한진칼 주가의 변곡점은 지분경쟁 이슈의 소멸을 계기로 찾아올 것”이라면서도 “어느 한쪽이 50%+1주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고평가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