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달러
달러인덱스가 3년 만에 100을 넘보는 등 미국 달러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는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급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3일 런던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18을 기록했다. 전날 99.77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하락했지만 조만간 100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어서는 것은 2017년 4월 후 약 3년 만이다. 21일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209원20전으로 마감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불붙은 달러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로 훌쩍 뛰면서 코스피지수도 2200선을 내주고 2160대로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선 환율 급등이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강도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선 주가 하락에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 국내 증시 투자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달러 강세 요인으로는 몇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유럽의 더딘 경기 회복으로 인한 유로화 약세가 상대적인 달러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연초 독일 등 유럽 주요국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실물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것도 이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과 한국 등 신흥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히 사그라들고 있는 것도 달러 강세 배경으로 꼽힌다.

새해 들어 외국인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주 중심으로 순매수를 이어가며 주식시장 반등을 주도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원화 약세에 따라 최근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지난 11~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66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