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자 다음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에 시장이 베팅하고 있다. 한은은 금리 인하에 선을 그어왔지만 채권시장에서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내린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왔다.

당초 한은은 2월 인하 전망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내렸고, 국내 경기선행지수도 작년 말부터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 2월에는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아직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등 신중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채권시장 안팎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고려하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망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아래 수준으로 떨어졌고, 중국도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0%포인트 내려 한은이 ‘엇박자’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중론을 고집하다가 일본의 수출규제 변수 등으로 경기 악화 우려가 현실화된 뒤에야 금리를 내린 지난해 7월과 비슷한 흐름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 이후 지역감염이라는 새로운 경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했고,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총력을 다해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00%까지 인하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금통위가 4월에나 예정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 동결한 이후 경기가 악화되면 인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일 보고서를 내고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