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국내 주식시장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 언급에 따른 미·중 분쟁 우려 확대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주가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14.48포인트(0.67%) 내린 2195.50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새 31명 급증했다는 소식 등에 하락 반전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번주 들어 2.14% 빠지며 2200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단기 주가 흐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과거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마다 ‘W자’ 형태로 주가 회복 사례가 나타났다는 점에 오히려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지만 결국 과거 사례처럼 ‘W 반등’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전염병 '반등의 역사' 반복될까
전염병 후 반복된 ‘W 반등’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주식시장 흐름이 과거 패턴과 닮아가고 있다”며 “3월부터는 이연됐던 투자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며 2250선까지 강한 반등을 보였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18일 급락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언급과 애플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 조정 소식이 전해지며 하루 만에 33.29포인트(1.48%) 떨어졌다. 여기에 19일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시장이 전염병 공포에서 벗어날 즈음 또 다른 악재가 등장하는 패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3년 3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코스피지수는 600선에서 50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후 공포를 극복하고 600선에 다가가는 듯했으나 이라크전쟁이 발발하며 다시 500대 초반으로 고꾸라졌다. 4월 중순부터는 본격 회복기에 진입하는 W자 반등을 나타냈다.

2015년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2150을 넘겼던 코스피지수가 6월 들어 2000대 초반까지 빠졌다. 메르스 공포가 사그라들며 2100선까지 회복했지만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가 터졌다. 주가는 다시 2000대 초반까지 빠졌다가 W자로 반등했다.

코스피 W자 반등 시기는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2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월에 나올 글로벌 경제 지표들은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시장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2월 조정 흐름은 계속되겠지만 3월부턴 지표 개선세와 함께 눌려 있던 만큼의 반등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 기간에는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증시 침체기라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코스피 낙폭은 그다지 크진 않을 것”이라며 “사태 진정 후 반등은 생각보다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반등장도 정보기술(IT) 업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재고 소진으로 인한 수혜 기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통화정책에 이어 재정정책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IT 업종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회복세가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밸류에이션 부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1.4배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는 다소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다. 코스피지수가 조정받고 있지만 기업 실적은 그 이상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주가가 실적 기대감으로 올랐다가 대외 변수 요인으로 꺾인 것인 만큼 실적 회복세가 감지되면 부담은 덜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이 미국(19.6배), 유럽(14.8배), 일본(14.0배), 중국(12.2배)보다 여전히 낮은 점도 매력 포인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을 나타내는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이 30%로 가장 높은 수준인 만큼 한국은 여전히 값싸고 먹을 게 많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고윤상/한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