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올 들어 공매도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대차잔액 규모도 70조원을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물량이 급증한 종목은 단기적인 수급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대차잔액(19일 기준)은 72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0조원대 후반을 유지하다가 이달 들어 70조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대차잔액은 주식을 빌려 거래하고 남은 물량을 의미한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내려간 가격에 되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공매도 거래의 선행 지표로 통한다.

증시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 비중이 최근 7~8%까지 증가하면서 수급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가증권시장의 상승세가 둔화하는 국면에서 공매도 거래가 늘며 증시가 하락 전환한 경우가 많았다”며 “증시 전반적인 상승 동력이 약화한 시기에는 공매도 증가가 수급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20거래일 동안 공매도 비중(공매도 거래/전체 거래량)이 높았던 종목은 아모레G(28.5%), 한온시스템(26.1%), 한샘(24.1%) 등이다.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로 꼽히는 아모레G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로 올해 고점 대비 주가가 25.21% 하락했다.

높은 공매도 비중이 주가 하락으로 연결된다고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투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강 연구원은 “깜짝 실적이나 대규모 수주 발표 등으로 기존 공매도 청산이 단기에 몰리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며 “대체적으로는 증시 약세와 함께 전반적인 공매도 거래가 증가하는 경우 고위험 종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