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7개월 만에 뒷북 대책

판매·수탁사에 운용 감시 책임

비유동성 자산 50% 이상이면
개방형 펀드 못 만들도록 제한
앞으로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재산을 수탁한 은행과 증권사가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면 최대 형사처벌까지 받는 방안이 추진된다. 부동산, 사모사채 등 비유동성 자산을 절반 이상 담은 펀드는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으로 설계해야 하며 헤지펀드의 레버리지(차입) 한도도 지금보다 크게 축소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라임펀드 불공정 거래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중간 조사 결과와 함께 내놓은 대책이다.

펀드 판매사와 수탁사(은행),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증권사)에 펀드 운용에 대한 관리 감시 책임이 부과된다. 판매사는 사모펀드가 상품 설명자료에 부합하게 운용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수탁사와 PBS 증권사는 운용사의 위법, 부당행위가 발견되면 시정요구를 하는 등 감시해야 한다. 제대로 감시를 못했다면 공모펀드 관리부실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행법상 공모펀드에 대한 수탁사 등의 관리 부실에는 3년 이하 징역과 1억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과 기관 및 임직원 제재 등 행정조치가 내려진다.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사모펀드의 구조를 보완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50% 이상인 펀드는 개방형 펀드로 설정이 금지된다. 비유동성 자산엔 사모사채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 부동산 등이 포함된다. 중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는 의무적으로 유동성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 모(母)-자(子)-손(孫) 구조 등 복잡한 구조의 펀드는 정보 공개의무가 강화된다. 한 운용사의 자사 펀드 간 상호 순환 투자도 금지된다.

또 헤지펀드의 차입이 조여진다. 운용사는 전담중개계약을 맺은 PBS와만 차입 목적으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사모펀드 차입 한도(400%)에 TRS 계약의 기초자산 평가손익만 반영하던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레버리지 전체 규모를 반영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이 같은 대책이 라임 사태로 신뢰가 무너진 헤지펀드 시장에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용할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운용사 대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 뒷북 대책으론 운용사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한경제 기자 agatha77@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