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채권으로 재미를 본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멕시코와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10%에 가까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있어 자본 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멕시코, 러시아 채권이 유망한 투자 수단이지만 경기변동성이 큰 신흥국인 만큼 전체 자산의 일부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채권 가격과 원·루블 환율, 이자 지급액을 감안한 러시아 국채(2027년 만기) 수익률은 지난해 40.3%에 달했다. 지난해 가장 주목받았던 미국 주식시장 수익률(S&P500지수, 28.8%)을 크게 웃돈다. 같은 기간 멕시코 국채도 27.3%의 수익을 냈다.

이에 비해 자산가들의 ‘애장품’으로 사랑받던 브라질 채권은 18.1%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브라질 채권의 비과세 혜택을 고려해도 멕시코와 러시아 채권의 투자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설명이다.
"금리 10% 매력"…러시아·멕시코 채권 뜬다
떠오르는 ‘멕·러 채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멕시코와 러시아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멕시코 채권(국채 및 회사채)은 지난해 주요 7개 증권사에서 모두 491억원이 판매·중개됐다. 브라질 채권 전성기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2018년 34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4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186억원어치가 팔리며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종목별로는 멕시코 국영회사인 페멕스 회사채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매년 받을 수 있는 금리만 연 9.5%(5년 만기 채권 기준)에 달한다. 182일에 한 번씩 4.25%의 배당이 나오고 5년 후엔 원금을 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이 Baa3인 투기등급 채권이지만 멕시코 정부가 사실상 적자를 보전해줘 디폴트(부도) 위험에 비해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멕시코 국채도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이달 초 연 7.25%였던 기준금리를 7.0%로 내렸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해 멕시코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며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요구도 높아지는 상황으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추가 금리 인하, 경기회복세 등을 고려할 때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이달 초 통화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6.0%로 결정했다. 김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두 번 이상의 추가 금리 인하가 기대된다”며 “재정지출 확대, 금융여건 완화 등에 따른 경기 회복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춤하는 헤알화표시 채권

브라질 채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 4.25%까지 떨어져 추가 인하 여력이 크지 않고, 헤알화 약세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4.32헤알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4.20헤알을 크게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이에 따라 산업용 원자재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세계 2위 철광석 생산 국가인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에 따라 통화가치가 변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헤알화가 과도한 약세를 보이고 있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면 차라리 달러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