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전망

조상훈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올해 주세 개편 호재…수입맥주에 고전하던 국산 캔맥주 대반격 기대

주류는 물 다음으로 인류가 마시기 시작한 음료다. 술은 인간이 농경사회에 정착하면서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발전해왔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주류산업은 지금 한계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 및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부상 등 인구 구조의 변화는 주류의 절대 소비량을 감소시키고 있다. 소득 수준 향상,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같은 사회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2000년대 들어 산업의 성장성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주류시장의 성장세가 2008년을 기점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각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더 이상 판촉비 투입이 매출 증가를 보장할 수 없는 국면에 이르자 더 차별화된 신제품을 출시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주류 시장에는 많은 이슈가 있었다. 주류산업 전반적으로는 주세법 개편 및 주류 리베이트 금지법 등 관련 세제 개편 움직임이 있었다. 맥주 시장에서는 1위 사업자인 OB맥주가 가격 인상 결정 직후 재차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2위 사업자인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테라를 앞세워 시장점유율 반등을 꾀했다. 3위 사업자인 롯데칠성 역시 기존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

소주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가 가격 인상과 도수 인하, 신제품 진로이즈백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시도했다. 롯데칠성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처음처럼 판매량이 급감했다.

올해 주류 시장 역시 격변의 세월을 맞이할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맥주산업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올해 1월 1일부터 맥주와 탁주에 대한 주세 부과 기준이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됐다. 종가세 방식에서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표준이 서로 달랐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더한 출고가를 과세표준으로 삼았다. 수입 맥주는 단순히 수입신고가를 과세표준으로 했기 때문에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종량세로의 개편은 국산 맥주의 세금 부담을 낮춰 수입 맥주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았던 고급 수제 맥주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여지도 생겼다.

용기별 세금 부담 구조 역시 달라졌다. 캔맥주의 L당 세금이 415원 낮아졌다. 생맥주는 445원, 페트맥주는 39원, 병맥주는 23원 인상된다. 캔맥주의 세 부담이 낮아지면서 편의점에서 국산 캔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게 됐다. 작년 최대 히트상품이던 테라의 질주가 올해도 예상되는 가운데 OB맥주의 시장 점유율 방어 여부, 롯데칠성 맥주사업 정상화, 편의점 채널에서의 수입 맥주 판매량 감소 지속 여부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소주 산업에서는 도수 인하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2018년 도수를 0.6도 인하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2019년 재차 0.2도 인하하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신제품 진로이즈백으로 16도대 소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처음처럼의 도수를 16도대로 낮추며 대응했다. 올해 역시 저(低)도주 트렌드에 따른 판매량 증가와 신제품 출시가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수년간 탁주와 위스키는 드라마틱한 시장 축소현상을 겪었다. 탁주의 국내 주류 시장점유율은 1972년 81.4%에 달했으나 2018년에는 1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올해 탁주는 맥주와 마찬가지로 주세법 개정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높다. 종량세 시행으로 술의 양에만 비례해 세금이 붙으면서 고급 원료와 도자기 호리병 등 차별화 포인트가 많아져 고급화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불황과 주류 트렌드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스키의 경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앞다퉈 출고가를 인하하고 있다. 저도주 트렌드 속에서 이런 전략 변화가 판매량 증진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sanghoonpure.cho@sams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