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이오株, BGI제노믹스·칸시노 주목하자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비교적 낙후된 의료서비스 분야와 달리 중국의 바이오테크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발전해 있다. 반도체와 조선산업은 자본은 물론 공정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격차를 줄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본도 공정 기술도 크게 필요하지 않은 바이오산업에서 중국의 추격 속도는 빠를 수밖에 없다.

바이오테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두뇌다. 약물이 신체와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하고 변형시켜 개량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 대학이나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연구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배울 수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로슈,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신약을 개발했던 중국인 연구원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창업에 나선다. 중국 투자자들은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는 ‘유전자(DNA) 시퀀싱’이다. 세계에서 DNA 시퀀싱을 가장 잘하는 회사로 미국 일루미나가 꼽힌다. 이 회사는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DNA 염기 서열을 읽어낼 수 있는 ‘브리지 PCR(Bridge PCR)’이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시퀀싱 장비를 만들어내는 회사는 국내에 없으며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그런데 중국 BGI제노믹스(BGI Genomics)란 회사가 비슷한 기술을 갖고 있다. 20여 년 전 미국에서 연구하던 대학원생이 중국에 돌아와 창업한 BGI제노믹스는 현지 투자를 받아 크게 성공했다. 이후 미국 컴플리트제노믹스도 인수해 고속 시퀀싱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게 됐다.

바이러스 백신 분야도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 중국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현재 중국 내 백신 3상을 진행 중이며 연내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개발사인 칸시노(CanSino)는 사노피 파스퇴르사의 연구진이 중국에 돌아와 창업한 회사다. 에볼라 외에도 뇌수막염, 폐렴, 인플루엔자 백신 등도 개발 중이다.

미국 GE, 독일 지멘스 등 선진국이 독주하던 의료장비 분야에서도 추격 속도가 빠르다. 중국 선전의 마인드레이(Mindray)는 거대한 내수 시장에 힘입어 저가 장비 시장에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음성인식이 지원되는 초음파 영상장비 등 정보기술(IT)이 결합한 신제품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이들 기업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장비와 서비스를 빠르게 병원 및 진료소에 전달해 줄 수 있을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