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덮친 글로벌 증시
선진국은 회복세, 신흥국은 휘청

신흥국 펀드 투자의견 엇갈려
"하방 리스크 감내할 수준"
"변동성 커 당분간 주의를"
해외펀드 엇갈린 시선…"신흥국 투자 적기" vs "美·유럽 배당형 유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 펀드 투자자의 대처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미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태가 진행 중인 중국 시장에 다시 투자해도 될지, 선진국과 신흥국 가운데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 글로벌 증시가 상승 국면이었던 만큼 신흥국 위주의 공격적인 투자가 유효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위험이 낮은 선진국으로 투자를 한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우한 폐렴 사태에서 회복하는 선진국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해외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39%(지난 7일 기준)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신흥국 시장(이머징마켓)으로 한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이머징 펀드는 연초 이후 -0.63%의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3.71%였던 3개월 수익률에서 흐름이 반전된 셈이다.
해외펀드 엇갈린 시선…"신흥국 투자 적기" vs "美·유럽 배당형 유리"

글로벌 이머징 펀드 수익률이 급감한 건 연초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지역별로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차별화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선진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의료 시설이 열악하고 방역 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개발도상국은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역별 수익률 흐름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브라질 펀드와 신흥아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3.31%, -2.48%로 최하위권이었다. 이어 베트남 펀드(-1.98%), 중국 펀드(-1.88%), 중남미 펀드(-1.29%), 글로벌 이머징 펀드(-0.63%) 등이었다. 반면 북미 펀드(3.52%), 유럽 펀드(1.87%) 등은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용석 KB증권 자산관리솔루션부장은 “지리적으로 멀수록, 해당 국가 정부의 방역 능력이 뛰어날수록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는다”며 “북미와 유럽 펀드 수익률이 금세 회복된 건 이런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엇갈리는 신흥국 펀드 투자 의견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사태가 이르면 이달 중순께 정점을 찍고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환 하나금융투자 IPS실 부장은 “경제 외적 변수에 의한 증시 충격은 오래가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선진국이냐 신흥국이냐에 따라 수습 속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몇 달씩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면에서 신흥국으로 투자 범위를 넓힐 것이냐, 선진국으로 한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전문가 간 견해가 엇갈린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지금이 신흥국 투자의 적기”라고 강조한다. 장 팀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라며 “경기 부양의 유인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투자의 하방 리스크는 감내해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도현 NH투자증권 해외파트장은 선진국으로 투자 범위를 한정할 것을 권했다. 전 파트장은 “인도나 브라질 등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변동성이 컸다”며 “부정적 이슈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조정을 크게 받을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보다 선진국 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우석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솔루션본부장도 신종 코로나 리스크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감염병 관련 통계를 100% 믿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 본부장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추정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정부가 자국 증권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본부장은 이어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가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다”며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차라리 미국 신산업에 투자하는 게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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