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 침체와 사모펀드 관련 투자 손실 등 잇단 악재에도 주요 증권사 순이익이 2018년 대비 33%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주된 수입원이었던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입이 줄었지만 새 먹거리로 떠오른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이익이 크게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증권사가 속출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된 일부 증권사의 순이익이 줄어든 점도 눈길을 끌었다.

IB·트레이딩 빛났다…최대 실적 낸 증권사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여덟 곳의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3조5871억원으로 전년(2조6833억원) 대비 33.7% 증가했다.

증권사별로는 하나금투의 순이익이 1년 새 1283억원(증가율 84.6%)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KB증권(52.9%) 미래에셋대우(43.7%) 한투증권(42.2%) 등도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8개 증권사 중 전년 대비 순이익이 12.1% 줄어든 신한금투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증권사가 모두 순이익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순이익 1위는 증권업계 최초로 연간 순이익이 7000억원을 넘어선 한투증권(7099억원)이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6637억원) 메리츠증권(5545억원) NH증권(4764억원) 삼성증권(3918억원) 등이 전년과 마찬가지로 2~5위를 지켰다. 2018년 순이익 규모 7위였던 KB증권(2901억원)과 8위였던 하나금투(2799억원)가 지난해 각각 6위와 7위로 상승했지만, 신한금투는 같은 기간 6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한양증권(360.1%) SK증권(125.4%) KTB투자증권(45.7%) 현대차증권(42.1%) 한화투자증권(36.1%) 등 상당수 중소형 증권사도 전년 대비 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배경으로 ‘증권업 비즈니스의 체질 변화’를 꼽는다. 정준섭 NH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비즈니스 모델이 브로커리지에서 IB 중심의 자본 투자형으로 변화하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브로커리지에서 가장 많은 순영업수익(4601억원)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미래에셋대우 브로커리지 수익은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5.4% 감소한 3432억원에 그쳤다.

브로커리지 부진을 메운 건 IB였다. 미래에셋대우 IB 수수료 수익은 2018년 3246억원에서 지난해 3698억원으로 13.9% 증가했다. 기업 여신 관련 이자수익은 같은 기간 61.5% 급증한 1142억원에 달했다. NH증권도 지난해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년 대비 901억원가량 줄었지만 IB 수익이 571억원 늘면서 이를 상쇄했다.

‘순이익 신기록 행진’에 동참하지 못한 일부 증권사도 눈에 띄었다. 신한금투와 대신증권(전년 대비 순이익 27.3% 감소)이 대표적이다. 이날까지 지난해 실적을 내놓은 주요 증권사 중 순이익이 2018년 대비 줄어든 곳은 두 곳뿐이다. 공교롭게도 신한금투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사기 의혹, 대신증권은 대체투자펀드 관련 논란에 휘말려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