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발행하는 회사채에 2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연초 신규 운용자금을 굴리는 데 분주한 기관투자가들이 우량한 신용도와 반도체 업황 회복 조짐을 눈여겨보고 대거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일반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1조1000억원어치 채권이 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5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이날 기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2조700억원의 매수주문이 쏟아졌다. KB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SK하이닉스는 기관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채권 발행금액을 1조1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 기업의 원화채권 발행으로는 최대 규모다. 현재 최대 금액은 LG화학(2018년, 2019년)과 포스코(2019년)의 1조원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올해 차례로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보험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다양한 기관들이 우량등급 회사채를 담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 최근 기관들은 연초에 새로 유입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신용등급 ‘AA-’ 이상인 우량등급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쓸어담고 있다. 올 들어 회사채 발행에 나선 호텔롯데, 현대제철, SK텔레콤, LG헬로비전 등 우량등급 기업 중 대부분이 1조원이 넘는 투자수요를 모을 정도로 강한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전날 대비 2.87% 오른 10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두 달 동안에만 24.68% 뛰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