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4일 오후 4시

국민연금이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가 나왔다. 국민연금은 강원랜드가 전직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줄여주려고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강조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10일 열린 강원랜드 임시주주총회에서 강원랜드 전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 7명에 대한 책임감경 안건을 반대했다. 책임감경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에서다. 강원랜드의 최대주주인 한국광해관리공단(지분율 36.27%) 역시 이 안건에 반대하면서 결국 부결됐다.

강원랜드 전 이사들은 태백 오투리조트에 150억원을 기부하는 안에 찬성했다가 배임 혐의로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30억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책임감경은 이사 및 감사의 책임 한도를 문제의 행위를 한 날 이전 1년 동안 받은 보수의 6배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책임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강원랜드는 임시주총에서 이사들의 2012년 보수의 3배에 해당하는 8157만원을 초과한 손해배상 금액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처음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여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18년 6월 말까지 강원랜드 지분 5.06%를 갖고 있었다. 2018년 하반기 일부 지분을 매도한 이후에도 5%를 소폭 밑도는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부터 적극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태림포장의 임시주총에서 우리은행 무역금융센터장 출신 사외이사의 신규 선임에 반대했다. 앞선 24일에는 LG헬로비전(당시 CJ헬로)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신규 선임에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LG헬로비전이 내세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옛 CJ헬로 인수자문 로펌인 태평양 소속이거나 경쟁사 딜라이브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이해관계 때문에 독립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