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31일 578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부양을 시도했지만 시장은 냉랭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히려 “배당을 줄이고 그 돈으로 자사주 매입을 하느냐”는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내렸다.

5800억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는 글쎄…SK이노베이션 부양책 '설왕설래'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6500원(5.00%) 떨어진 12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 578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 5000원 올랐지만 거래 하루 만에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에 실망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자사주 매입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주가 상승을 위해선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당이 반토막 나면서 “주주들의 배당금으로 회사만 생색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 매입 공시 당일 보통주 1주당 1400원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1235억원이다. 2018년 주당 8000원을 배당했던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 사업 부문 투자 확대 등을 이유로 배당금을 3000원으로 줄였다. 시장 기대치인 6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2646억원이다. 주당 6000원을 배당했더라면 최소 2500억원이 더 필요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리포트를 낸 14개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은 17만원으로 전날 평균인 20만2000원보다 15.8% 내렸다. 가장 낮은 목표주가인 13만원을 제시한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배터리 투자를 위한 추가 순차입금 증가를 감안하면 배당매력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하방을 지지하기엔 전반적인 펀더멘털(내재가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