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주가가 115일 만에 1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온라인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치는 미국 아마존의 호실적도 이마트에 대한 회복 기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아마존 잘나가면 이마트 흔들?…실적 전망치 낮추는 증권사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는 3000원(2.70%) 떨어진 1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마트 주가 10만원대는 지난해 10월 11일 종가가 10만대(10만9500원)로 내려간 뒤 처음이다. 지난해 8월 13일 9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줄었다는 소식이 실적 악화 우려로 이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는 2851억원이다. 3개월 전(3148억원)보다 9.43%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미국 아마존이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이마트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아마존은 7.38% 오른 2008.72달러로 거래를 끝냈다. 2000달러대는 지난해 7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39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28억달러)를 훌쩍 넘은 ‘어닝서프라이즈’다.

지난해 2분기부터 확대한 당일 배송 시스템의 비용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감당할 수준이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시각이 많았지만 아마존은 2분기 만에 우려를 불식할 만한 실적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호실적은 비슷하게 온라인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치는 쿠팡엔 긍정적이지만 이마트엔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흔들려야 이마트가 산다는 기대가 아마존의 호실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더구나 이마트는 쓱닷컴 등 온라인 확대 전략을 취하는 과정에서 비용문제가 본격 부각될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