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절반가량이 영업이익 예상치를 10% 이상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65곳의 절반가량인 30개 기업이 영업이익 어닝 쇼크를 냈다.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은 12개에 그쳤다. 나머지 23개 기업은 추정치와 비슷했다.

현대제철의 어닝 쇼크 폭이 가장 컸다. 증권가에선 현대제철이 4분기에 19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는 1479억원 적자였다. 업황 악화로 적자가 났는데 희망퇴직, 재고자산 폐기 등으로 일회성 비용 약 500억원이 더해지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LG상사도 컨센서스(323억원)를 94.7% 밑돈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에쓰오일(컨센서스 대비 -79.2%), 삼성화재(-77.0%), LG전자(-63.5%), SK하이닉스(-48.3%), SK이노베이션(-40.3%) 등도 어닝 쇼크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컨센서스(443억원)를 두 배 넘게 웃돌았다. 호텔신라(컨센서스 대비 44.7%), HDC현대산업개발(43.4%), 대림산업(35.5%), 삼성물산(28.4%), LG이노텍(20.0%) 등도 시장 기대를 웃돈 성적표를 내보였다.

65개 기업의 4분기 영업이익은 14조3344억원으로 예상에 부합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7조1603억원으로 컨센서스(6조5792억원)를 살짝 웃돈 게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를 뺀 64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보다 6.0%, 순이익은 81.9% 낮았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7조1741억원인데 순이익은 1조13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순이익은 적자를 낸 기업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동열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이 올해 실적으로 이동하면서 작년 4분기 실적 부진이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며 “다만 일부 업종은 예상보다 업황이 나빠 올해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