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우한 폐렴'이 2003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관측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23일 보고서를 통해 UBS,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 주요 글로벌 IB들이 우한폐렴이 과거 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만큼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을 대체로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IB들은 중국 춘제 이후 변종 발생 가능성을 우려 요인으로 지적했다고 밝혔다.

UBS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우한 폐렴 사망률이 2%로 사스보다 낮고, 질병 통제력도 개선돼 중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기대한다"며 "질병 확산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했다. 반면 골드만삭스 등은 "최근 확진자 및 의심 환자가 급증한 데다 춘제 대규모 이동으로 불확실성 커졌다"고 경계감을 표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질병 확산 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전염이 제한적일 경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는 "전염 정도가 제한적이고 춘제 이후 사망자가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은 반도체 업황 반등, 경기 개선 등의 호재에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우한 폐렴이 중국 경제에 '블랙스완'(테일 리스크)이 될 우려가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주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우한 폐렴은 당분간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2000년대 이후 사스나 메르스 등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단기에 그친 점을 고려할 때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향후 확산 및 바이러스 변이 여부 등에 따라 아시아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춘제 이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