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업이나 기관투자가가 비상장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공정가치(시가) 평가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자산총액 120억원 미만이거나 설립 5년 이내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정가치가 아니라 원가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쉬워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상장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18년 시행된 국제회계기준(IFRS) 신금융상품 기준서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은 원칙적으로 공정가치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상장되지 않은 소규모 기업이나 스타트업은 공정가치 측정이 어렵다. 추정치를 놓고 외부감사인과 기업 간 이견이 많았다. 공정가치 평가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스타트업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 성과나 영업에 중요한 변동이 없다는 전제 아래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20억원 미만인 경우 △설립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취득한 시점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해선 원가 사용을 허용키로 했다. 다만 무자본 인수합병(M&A) 등 정상적인 투자가 아닌 방법으로 제3자 등으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취득하면 원가를 공정가치로 사용할 수 없다.

김선문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벤처캐피털 등 기관투자가와 기업들이 비상장 주식 가치 평가와 관련한 회계 처리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