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공격적으로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 강세를 이끌고 있다.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보유 비중은 약 14년 만에 40%에 육박했다. 외국인은 두 달 가까이 반도체주와 같은 저평가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화장품, 호텔 등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업종까지 외국인 매수 자금이 유입되면서 순환매 장세가 전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이 코리아"…외국인 비중 40% 시대
外人 코스피 비중 40% 코앞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보유 주식 가치(지난 17일 기준)는 591조1878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시총(1515조2997억원)의 39.01%로 집계됐다. 2006년 8월 1일(39.0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작년 초 35%대에서 4%포인트 가까이 확대됐다. 특히 지난달 17일부터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65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비중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외국인의 시총 보유 비중은 2003~2005년 가장 높았다. 2000년 IT 버블 붕괴 이후 국내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시기였다. 2004년엔 44%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2009년 4월 27%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올 들어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잦아든 데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외국인의 깜짝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17일 15개월여 만에 최고치인 2250.57로 올라섰다.

외국인 자금은 반도체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도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로 삼성전자(6825억원 순매수)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시총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시총 보유 비중은 각각 57.1%, 50.6%로 커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주식의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데다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 내 특정 종목의 편입 비중을 제한하는 ‘30% 룰’이 올해 삼성전자에 처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서 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3개월 평균 기준)를 넘어서면 ‘캡(CAP·상한 제한)’을 씌우는 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삼성전자 시총 비중은 코스피200의 33.17%(17일 기준)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9일 5만8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데 이어 17일에도 6만1200원까지 올라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6월 지수 편입 비중 조정 때 30% 룰에 걸려 초과분을 기계적으로 팔아야 한다.
"바이 코리아"…외국인 비중 40% 시대
‘반도체→실적주’ 순환매 기대

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뿐 아니라 IT 하드웨어, 내구소비재, 호텔·레저 등 다른 업종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화 강세도 외국인의 수급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IT 하드웨어는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화장품·호텔 등도 국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이어서 주가 반등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연기금 등의 수급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상장지수펀드 포함)은 지난해 10월 이후 18% 증가해 60조원에 이르지만 상승장에선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로 유출되는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다. 또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지난해엔 9조700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증시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올해는 추가 매수 여력이 크지 않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기금은 국내 주식시장 강세가 나타날 경우 오히려 비중을 축소할 수 있다”며 “개인의 매수 비중도 최근 6년간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지연/한경제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