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17일 오후 4시35분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지주사 격인 한진칼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집하는 과정에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갑작스레 변경한 것이 보유 목적 허위 공시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허위 공시로 판명되면 의결권이 제한되는 만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호개발 등 반도건설 계열사들은 지난해 10월 1일을 기점으로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11월 30일에도 두 달간 24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여 6.28%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투자 목적은 단순투자였다. 이후 18차례에 걸친 추가 매집을 통해 지난 6일까지 보유 지분을 8.28%로 늘렸다. 반도건설은 10일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꿔 공시했다.

법조계에선 일정 지분을 확보한 다음에야 경영참여 목적을 밝힌 반도건설의 행위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고 회사가 향후 경영권 분쟁을 방어할 기회를 보장하려는 관련 규정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05년부터 투자 관련 공시의 투자 목적에 단순투자와 경영참여를 나눠서 기재토록 하고 있다. 2003~2004년 KCC가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비공개로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인 뒤 회사 인수를 선언하는 수법을 쓴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투자 목적을 허위 공시했다는 이유로 주식처분 명령을 받은 사례도 있다. 컨설팅업체인 DM파트너스는 2007년 3월 상장사 한국석유공업의 주식을 11.87% 사들인 뒤 처음에는 단순 장내매수라고 했다가 다음달 보유 지분을 17.64%까지 늘리고 나서야 ‘경영참여 계획이 있다’고 공시했다. DM파트너스는 이후 지분을 31.93%로 확대하고 적대적 인수를 추진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DM파트너스가 초기에 사들인 14.99%는 경영참여 목적을 숨기고 매집한 것이어서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해당 주식을 팔라고 명령했다.

이상은/양길성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