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현장 고려 안한 밀어붙이기"
'사외이사 임기제한' 강행…올봄 주총 '대란' 예고

법무부가 상장사의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강행키로 했다. 당초 기업 부담을 고려해 1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청와대가 강하게 밀어붙임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시행키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올봄 주주총회 시즌에 ‘사외이사 선임 대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법무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0일 법제처 심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에서 6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계열사까지 합쳐 9년을 초과해 재직한 자는 같은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현재는 연임에 제한이 없지만 이르면 이달 말부터 3년 임기 사외이사는 연임까지만 가능하게 된 것이다.

기업 관계자는 “유예 기간도 없이 일률적으로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기업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올 주총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올 주총 앞둔 566개 상장사
사외이사 700여명 교체해야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면 상장사들에선 당장 올해 주주총회부터 사외이사 선임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2월 결산 상장사 2003곳의 사외이사(총 3973명) 임기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개정안에 따라 6년 이상 재직했거나 재선임되더라도 임기 중 자격이 상실돼 반드시 교체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이었다. 전체 상장사 사외이사의 약 5분의 1(18.0%)에 해당한다.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강제로 바꿔야 하는 상장사는 566곳에 이른다.

6년 이상 한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하지 못하게 하는 연임 제한 규제를 적용받을 718명의 사외이사(비금융회사) 가운데 317명이 감사위원을 맡고 있다. 법무부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강제 교체해야 하는 사외이사 가운데 44%가 감사위원을 겸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신임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기업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사외이사와 달리 감사위원 선임 때는 지배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3%룰’ 탓에 무더기 부결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법무부는 기업 실적 악화, 준비 기간 부족 등을 감안해 시행을 1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영향으로 바로 시행키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사의 계열사에서 최근 2년 이내에 상근직으로 근무한 이사·집행임원·감사 등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는데, 개정안은 이를 2년에서 3년으로 1년 늘렸다. 단 주총 소집 통지 시 사업보고서 등 제출 의무는 내년 1월부터로 시행을 1년 유예했다. 이 밖에 △전자투표 편의성 제고 △임원에 대한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외이사 독립성이 강화돼 내실 있는 주주권 행사 및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확립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하수정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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