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고성장 신화’를 써온 메리츠종금증권이 올해 역성장 위기에 맞닥뜨렸다. 고수익 기반을 제공해온 종금업 라이선스(면허)가 오는 4월 만료를 앞두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부동산금융을 주축으로 한 구조화 업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에 수익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부회장은 ‘메리츠 신화’를 써내린 주역이다. 미국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2010년 대표로 스카우트된 뒤 거의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해는 ‘최희문 매직이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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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순이익 감소하나

13일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올해 순영업수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조79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7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순이익도 4892억원으로 작년보다 0.7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서는 탄탄한 실적 흐름을 이어왔다. 작년 연간 기준 순이익도 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돼 2018년 세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갈아치울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업계 20위권이던 메리츠증권은 최 부회장이 대표에 오른 뒤 부동산 PF 등 투자은행(IB)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업계 5위권까지 올라섰다. 올해는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겨 초대형 IB 요건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당국의 부동산 PF 규제 직격탄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금융 대책이 나오면서 메리츠증권의 고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새 부동산 PF 규제에 따르면 증권사는 내년 7월까지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메리츠증권의 전체 채무보증 규모는 자기자본의 200% 안팎에 달한다. 증권사 중에 압도적으로 많다. 이 중 145%가량을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수익의 60% 이상은 부동산 PF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연간 수수료 수익이 14.2%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종합금융사업자에 적용되던 부동산금융 특례도 폐지됐다. 금융당국은 PF 규제안에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금사업자에 대해 그동안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 때 부동산 대출액을 18%만 차감하던 특례를 없애고, 전액 차감하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이에 지난해 말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NCR 개선을 위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선순위 위주로 투자했고 건별로 듀레이션(투자금 회수기간) 관리도 꼼꼼히 해왔다”며 “금융당국이 규제 방안을 좀 더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로 성장동력 확보”

오는 4월이면 종금 면허가 종료된다는 점도 변수다. 메리츠증권은 이미 1년짜리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기존 종금 계좌를 증권 계좌로 바꾸는 등 종금 자산을 대폭 줄여왔다. 1년 이상 이어진 이런 사업구조의 변화가 실적에도 반영돼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최 부회장은 메리츠증권이 기존에 강점을 보이던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항공기 금융,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투자 발굴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달엔 제이알투자운용, AIP자산운용과 손잡고 벨기에 최대 오피스빌딩인 파이낸스타워를 12억유로에 인수하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파이낸스타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상장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첫 공모리츠가 된다.

지난해 10월엔 미국 항공기 리스업체인 ACG(Aviation Capital Group)가 보유한 항공기 24대를 매입하며 항공기 금융 사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총 6억8590만달러(약 8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수익 다변화 노력이 부동산 PF 구멍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 견해가 엇갈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최희문호’가 어떤 위기 돌파 능력을 보여줄지에 증권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