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갈등을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증시를 흔드는 가운데 주요 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 판도도 요동치고 있다. 그룹에서 주축 역할을 하던 계열사가 부진한 사이 상승세를 탄 다른 계열사가 ‘대장주’ 자리를 넘보고 있다. 올해 실적에 따라 ‘간판 계열사’가 바뀌는 그룹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모비스 으랏차차…맏형과 0.9조差
그룹 맏형 노리는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대장주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난해 주가 상승률이 34.7%에 달하면서 1년 전 19조원이었던 시총은 23조3025억원(10일 기준)까지 불어났다. 유가증권시장 내 순위도 12위에서 6위까지 치고올라갔다. 5위 현대차(24조2513억원)와의 차이는 9488억원으로 1조원 미만으로 좁혀진 상태다.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전략과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회사 분할 이후 사업회사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 등이 제기된다. 최근 5년간 배당을 꾸준히 늘려오는 등 주주 친화 전략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수소·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후관리(AS)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유입돼 미래 기술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유럽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확대로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조64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내수 부진과 일회성 인건비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주가 부진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4배까지 떨어졌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의 PBR을 기록하고 있다”며 “제네시스 GV80 등 올해 출시 예정인 신차 판매량이 실적 개선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LG생건의 끝나지 않은 추격전

LG화학(22조9425억원)과 LG생활건강(20조9752억원)의 시총 경쟁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10일 LG화학이 6.04% 오르면서 차이가 벌어졌지만, 두 회사의 몸집 경쟁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LG생활건강은 2001년 LG화학에서 분리된 이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LG화학과의 시총 격차를 좁혀왔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영업이익(1조1745억원)은 분사 이후 처음으로 LG화학(1조1027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이 면세점과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동안 LG화학은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스티렌(PS) 등 화학제품 업황 악화로 부진했던 탓이다.

다만 LG화학이 지난해 실적 부진을 털고 올해 강한 반등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LG화학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752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8.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11.7%)보다 증가폭이 배 이상이다.

석유화학 업황보다는 전지 부문 성과가 실적과 주가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LG화학의 사업 가치에서 전지 부문 비중은 76%로 높아지고, 석유화학 부문은 15%로 축소될 것”이라며 “유럽 시장의 전기차 판매 확대 등으로 인해 전지 부문의 실적 개선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