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담지 않았거나 투자 비중이 낮은 국내 가치주 펀드들이 올 들어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안 담은 가치株 펀드들 올해도 '마이너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가치주 펀드 101개의 연초 수익률은 평균 -1.28%로 집계됐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인덱스 펀드 93개의 올해 수익률이 평균 0.20%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치주 펀드는 저평가된 국내 중소형 가치주를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유형의 펀드다. 지금처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지면 상대적으로 성과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 가치주 펀드는 최근 몇 년간 반도체주 쏠림이 지속되면서 줄곧 소외돼왔다.

가치주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큰 ‘신영밸류고배당’ 펀드(설정액 2조2239억원)는 올 들어 수익률이 -1.52%(C클래스)로 부진했으며 ‘신영마라톤’ 펀드(7795억원)와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5517억원) 등도 올해 수익률이 각각 -1.30%와 -2.74%로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가치주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대표 펀드매니저들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반도체 사이클이 턴어라운드하면서 삼성전자 등 관련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올라갈 줄은 몰랐다”며 “1분기까지는 반도체 위주의 대형주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은 물론 국내 투자자도 한국에선 반도체 이외 업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되지 않는 한 가치주 펀드의 고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