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지수 내 특정 종목의 편입 비중을 제한하는 ‘30% 룰’이 올해 삼성전자에 처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수 내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특정 종목의 영향력이 주가지수에서 지나치게 커지는 부작용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캡(CAP·상한 제한)’을 씌우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인위적인 제한에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서 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3개월 평균 기준)를 넘어서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작년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은 이미 몇 차례 30%를 넘어섰지만, 3개월 평균으로는 기준에 미치지 못해 적용을 피해갔다. 그러나 올해는 D램 수요가 회복되는 등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캡 적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은 당장 초비상이다. 캡이 씌워지면 코스피200지수를 기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 등은 삼성전자의 비중을 30% 밑으로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30% 초과분을 기계적으로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삼성전자 주가는 물론 한국 증시 전체가 출렁일 수 있다. 펀드 수익률도 하락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 운용자금은 2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상한 비중을 1% 초과하면 1500억~2500억원 규모의 매도 물량이 갑자기 시중에 풀릴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패시브 펀드가 삼성전자 주식을 너무 많이 가져가 유통시장을 교란한다는 문제 같은 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며 “시장에서 그만큼 수요가 있고 기업가치가 높다는 것인데 인위적으로 막아서 얻을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 30% 룰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도. 코스피200, 코스피100, 코스피50, KRX300 등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에서 특정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을 30%로 제한하는 제도다. 3개월 평균 시총 비중이 30%를 넘어선 종목이 대상이다. 조정된 지수는 6월과 12월 선물 만기일 다음날부터 적용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