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8개 주요 산업 가운데 올해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예상되는 업종은 작년에 이어 전무하다고 한국기업평가가 9일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 실적도 전반적으로 부진을 이어가 신용등급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강등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사업환경 좋은 업종 전무…건설·油化·유통 실적악화 예상"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2020년 국내 주요 산업 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 세미나를 열고 28개 주요 산업의 사업 환경과 실적 및 신용등급 전망을 공개했다. 사업 환경은 작년과 무관한 절대적 판단 기준이고, 실적은 전년과 비교한 방향성으로 평가했다.

사업 환경은 가장 어두운 시멘트와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조선·철강·건설·항공·석유화학·소매유통 등 17개 산업(전체의 61%)이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1년 전 평가 당시 16곳에서 한 곳이 더 늘어났다. 호경기를 맞을 산업은 2019년에 이어 전무했다. 나머지 11개 산업(39%)에 대해선 ‘중립’ 의견을 내놨다.

금융산업도 은행(중립)을 뺀 증권·신용카드·할부리스·보험산업이 모두 어려운 사업 환경에 처할 것으로 점쳤다. 증권업은 거래 위축으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계속 줄고, 투자은행(IB) 부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강화와 경쟁 심화로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았다. 디스플레이와 조선 두 산업(7%)만 부정적 사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비 실적 개선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건설·석유화학·시멘트·소매유통 등 7개 산업(25%)은 실적 악화를 예상했다.

신용등급은 24개 산업(86%)을 ‘중립’으로 평가했다. ‘긍정적’은 없고, ‘부정적’은 유통 등 네 개(14%)를 꼽았다. 한국기업평가가 2019년 말 현재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붙인 기업은 이마트, CJ제일제당, 두산, 롯데렌탈, LG디스플레이, 하이트진로 등 27개사에 달했다. 긍정적 전망은 절반 수준인 15개사다.

생명보험·소매유통·부동산신탁은 세 지표 모두 부정적 평가를 받아 2020년 가장 고전할 산업으로 꼽혔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장은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으로 기업들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나쁜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