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부동산PF 일률적 규제 안돼"
“정부가 추진 중인 증권사에 대한 고강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을 적극 설득하겠습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은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을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취지의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높은 메리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영업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나 회장은 “지나치게 부동산으로 시중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대한 정부 측 우려는 이해하지만 또 다른 정책 목표인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도 증권사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며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부동산 금융의 건전한 발전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 회장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 간담회에 대해서도 “은 위원장이 업계 반응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 회장은 “은 위원장이 고강도 부동산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장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으면서 간담회가 예정된 시간(1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10분가량 진행됐다”며 “은 위원장도 실제 데이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충분히 검증한 뒤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는 부동산 PF 규제가 자기자본의 100%나 200%와 같은 특정 수치에 맞춰 대출 자체가 막히는 일률적인 방식으로 도입될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나 회장은 “같은 부동산이라도 주택이 아닌 도로·항만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이나 호텔·리조트 등 관광·숙박시설에 대해서는 사업성에 따라 대출을 허용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또 대출 방식과 순위에 따라 리스크가 천차만별인 만큼 현재 언론에 보도된 수준의 일률적인 방식으로 규제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 회장은 ‘파생결합증권(DLS) 불완전 판매’나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유명무실화된 독립투자자문사(IFA)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IFA는 금융사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고객에게 투자 조언을 해주는 전문 기업으로 2017년 제도가 도입됐으나 판매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조항 탓에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나 회장은 “IFA가 투자자와 판매사 모두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IFA 시장이 활성화되면 금융사와 투자자 간 이해상충 문제가 해소되고 투자자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