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결산배당 확정을 앞두고 롯데그룹이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 30%’를 고수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8년 10월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적극적인 주주환원 방침을 계열사에 독려하고 있다. 주요 상장사에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순이익의 30%를 배당 재원에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들이 업황 악화로 순이익이 줄어드는 흐름이 수년간 지속돼 그룹의 배당 전략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高배당 정책이 부담스런 롯데 계열사들
케미칼 배당성향 30% 넘어설 듯

롯데그룹에서 수년간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롯데케미칼은 2018년부터 이어진 석유화학 시장 불황으로 작년 순이익이 1조원에도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941억원으로 전년(1조6419억원)보다 45.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2018년보다 41.1% 쪼그라든 1조1583억원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투자자들에게 2019년 총 결산배당금으로 순이익의 30%가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순이익이 많이 줄어도 잉여현금 사용처로는 배당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3년 동안 배당성향을 계속 높여왔다. 2016년 결산배당으로 총 1347억원을 지급해 7%대에 머물렀던 롯데케미칼의 배당성향은 2017년에 16%까지 상향조정됐다. 2018년에도 순이익은 28% 줄었지만, 전년과 같은 규모를 배당해 배당성향은 22.7%에 달했다.

증권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의 2019년 총 결산배당금이 2000억원대 후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당 배당금은 7000~8000원 안팎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2018년 결산배당금 1만500원보단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순이익 추정치가 1조원에 미치지 못해 배당성향은 30%를 웃돌 것이란 분석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에도 배당을 갑자기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배당이 급감하면 투자자들의 충격이 큰 데다 오너의 주주환원 강화 의지도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쇼핑, 순손실에도 고배당 방침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칠성 등 유통·식품 계열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쇼핑은 2018년에 4000억원대 대규모 순손실을 낸 와중에도 총 1470억원의 결산배당금을 지급했다. 롯데칠성도 128억원의 순손실을 올린 뒤 투자자들에게 222억원의 배당금을 줬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순이익 컨센서스는 2244억원으로,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산배당액은 2017·2018년과 같은 주당 5200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당성향은 52%,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은 4%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구조조정을 통해 순익 구조는 정상화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황의 구조적 둔화에 소비경기 냉각,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실적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5637억원으로, 전년보다 5.6% 줄어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데도 고배당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롯데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롯데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은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어 안심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롯데는 작년부터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쇼핑, 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의 조직 개편 등을 했다. 올해 화학 부문에서는 케미칼·롯데정밀화학·롯데BP화학이 울산과 동남아시아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설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유통 쪽에서는 온라인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예고돼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