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일과 도이치 사태
모든 파생상품에는 만기일이라는 것이 있다. 파생상품이라는 뜻은 어디선가 파생돼 나왔다는 것이므로 뭔가 원천적인 것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파생상품은 주기적으로 어떤 날을 정해서 원천적인 뭔가와 일치시켜줘야 하는데 이때가 바로 만기일이 되는 것이다.

‘코스피200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파생상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선물, 옵션, 미니선물, 미니옵션, ETF, ELW, ELS 그리고 종목에 연동되는 주식선물, 주식옵션 등이다. 이 모든 것이 한번에 일치되는 날짜가 있는데 바로 3월, 6월, 9월, 12월 두 번째 목요일이다. 이를 ‘동시만기일’이라고 하고 ‘쿼드러플 위칭데이’라고도 한다. 쿼드러플이라는 것은 코스피200지수 선물·옵션과 개별주식 선물·옵션 네 개의 상품이 동시에 만기일을 맞이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펀드매니저가 모든 주식과 선물옵션의 포지션을 팔아치우고 이 시장을 떠난다고 가정해 보자. 그냥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면 주가는 급락할 것이고 주식을 다 팔기도 전에 주가는 예상했던 매도가격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또한 시장은 충격을 받고 급락이 급락을 부르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동시만기일이 다가오면 “대외변수의 악화로 인해 이번 동시만기일에는 물량이 출회될 수 있으므로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사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똑똑한 펀드매니저라면 먼저 주식을 팔기 전에 주식을 사줘야 하는 주체를 만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수차익거래 조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매수차익이라는 것은 선물가격이 급등하는 경우를 만들어 비싼 선물은 매도하는 동시에 싼 주식을 프로그램으로 매수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 시장에서 빠져나간다고 생각했던 펀드매니저는 헤지 매매용으로 확보했던 선물 매도포지션을 한꺼번에 매수 청산한다. 그러면 갑자기 선물에서 매수물량이 나오니까 선물가격은 급등하고 베이시스는 벌어지게 되면서 매수차익거래가 발동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2010년 11월 11일에 있었던 ‘도이치 사태’다. 벌써 10년이 지나가는 일로 풋매수에서 250배 수익이 나왔고, 어떤 자산운용사는 수백억원 규모의 손실로 파산하는 일까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