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회사명 비바리퍼블리카)가 640억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했다. 토스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약 2조7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는 이번 자금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증권사 인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640억 실탄 확보한 토스, 기업가치 2.7兆로 '껑충'
1년 만에 기업 가치 두 배 이상으로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클라이너퍼킨스 굿워터캐피탈 등 기존 토스 주주들은 지난 20일 주당 33.76달러씩 총 162만9147주, 5500만달러(약 640억원)의 전환우선주(CPS) 증자를 실시했다. 토스가 이번 투자에서 평가받은 기업 가치는 2조7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8월 770억원 투자유치 때 평가받은 기업가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토스는 2018년 12월 미국 최대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클라이너퍼킨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며 1조3300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약 1년 만에 기업 가치가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토스의 이번 기업 가치 인정액은 ‘지방은행 맹주’인 BNK금융지주의 시가총액(31일 현재 2조4967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KB, 신한 등 5대 금융지주를 제외하고 국내 은행들 중 최고의 기업 가치를 보유하게 됐다.

이번 투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아니라 CPS로 이뤄진 점도 눈에 띈다. RCPS가 인터넷은행과 증권사 인가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본안정성 측면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점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RCPS는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국제회계기준(IFRS)상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분류된다. 이에 토스는 지난 11월 주주 동의를 얻어 기존에 발행된 RCPS도 전량 CPS로 전환했다.

‘챌린저뱅크’로 도약 노린다

토스는 이번 증자 자금을 인터넷은행 출범 및 증권사 인가 추진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2021년 7월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기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더불어 ‘인터넷은행 삼국지’를 예고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KEB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을 주주로 끌어들여 안정성을 높였다.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중신용 개인 및 소상공인 고객에게 집중하는 ‘챌린저뱅크’를 지향하겠다는 구상이다. 토스를 운영하며 쌓아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토스는 인터넷은행 출범 여세를 몰아 증권사 인가 획득도 추진한다. 증권사 인가를 받으면 소액투자 상품을 통해 10~30대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당 가격이 높은 종목을 쪼개서 살 수 있는 해외주식 투자 상품, 몇 번의 터치만으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는 서비스 등도 준비하고 있다.

이지훈/김채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