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사진=한경DB
양현석 /사진=한경DB
한류를 이끄는 국내 대형 기획사 수장들에게 2019년은 우울한 해였다. 연초부터 빅뱅의 전 멤버인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가 터졌고, 정준영·최종훈 등 중소 기획사 연예인의 불법 동영상 촬영 사건까지 일어나며 엔터업종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빅3 기획사 수장들의 보유주식 가치도 크게 감소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뱅의 소속 기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지난해 4만7500원에서 2만7350원까지 42.42% 급락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인 양현석 전 대표의 보유 주식(315만1188주) 가치는 1497억원에서 862억원으로 635억원 감소했다.

버닝썬 게이트에 양 전 대표에 대한 성접대 의혹까지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매도를 불렀다. 소속 연예인들의 활동이 급감해 실적도 좋지 않았다. 국내 증권사들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2019년에 60억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2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할 것이란 추정이다.

2020년 영업흑자의 관건은 남아 있는 빅뱅 멤버 4명과의 재계약 여부다. 이들은 모두 군대에서 전역해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의 재계약을 조율 중이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빅뱅 정상 활동기의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평균 영업이익은 218억~242억원"이라며 "빅뱅 잔여 멤버와의 재계약 여부가 영업이익 달성에 중요 변수"라고 말했다. 재계약 관련 불확실성에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을 제시했다.

한편 양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YG PLUS 주식 438만5964주를 동생 양민석 YG PLUS 대표에게 주당 1682원에 매도해 74억원을 현금화했다.
왼쪽부터 양현석 이수만 박진영
왼쪽부터 양현석 이수만 박진영
◆ 이수만 608억원·박진영 384억원↓

에스엠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박진영 JYP Ent. 프로듀서의 보유주식 가치도 지난해 각각 608억원과 384억원 하락했다.

에스엠의 주가는 2018년 말 5만2300원에서 3만8450원으로 26.48% 하락했다. 이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에스엠 주식 439만2368주의 가치는 2297억원에서 1689억원으로 줄었다.

이 프로듀서는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의 총구 앞에 섰다. 에스엠의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은 2019년 6월 주주서한을 통해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 합병, 배당성향 30%, 적자사업 정리 등을 요구했다. KB자산운용은 "에스엠은 영업이익 46% 규모의 인세를 라이크기획에 지급하고 있다"며 라이크기획이 수취하는 인세는 소액주주와의 이해와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에스엠은 라이크기획과의 합병을 거부한 상태다.

에스엠의 2020년 실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엠은 아티스트의 활동 확대와 신인그룹 데뷔까지 성장동력이 유효하다"며 "미국의 '슈퍼M', 중국의 '웨이브이' 등 국가별 맞춤 전략을 통한 성장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630억원으로 지난해 490억원보다 증가할 것이란 추정이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JYP Ent.는 엔터 3사 중 주가 하락폭이 가장 작았다. 3만250원에서 2만4150원으로 20.17% 밀렸다. 박 프로듀서가 보유한 628만9761주의 가치는 1903억원에서 1519억원으로 384억원 낮아졌다.

JYP Ent.도 올해 성장이 기대된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JYP Ent.는 ITZY와 스트레이키즈 두 팀이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4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