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국내 주식형 액티브 공모펀드에 악몽과 같은 한 해였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지수는 1850~2250 박스권에 갇혔다.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외면하는 움직임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졌다. 이로 인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가 액티브 펀드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올렸다.

그럼에도 운용업계에서는 철저한 기업 분석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어려운 투자 환경을 극복해낸 펀드매니저들도 잇따라 탄생했다. 올해 국내 액티브 공모펀드 시장에서 수익률 1~3위를 차지한 펀드매니저 세 명에게 운용 비결과 내년 증시 전망에 대해 물었다.
공모펀드 난세의 영웅 3인 "내년 대세상승 어려워…소재·부품·장비株 유망"
두 자릿수 수익률 ‘기염’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 주요 국내 액티브 공모펀드 가운데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가 연초 이후 14.31%(A클래스 기준)의 수익을 거둬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중소밸류’ 펀드가 13.90%로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 펀드가 13.09%로 3위에 올랐다.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시위 등 대외 변수로 변동성이 유독 컸던 한 해였지만 이들은 모두 연중 꾸준하게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올렸다. 코스피지수가 올해 7.99% 오른 가운데 에프앤가이드 조사 대상 액티브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3.98%에 그쳤다.

이들 세 펀드는 투자 기법과 운용 스타일이 제각각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는 주주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행동주의 펀드’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투자중소밸류 펀드는 중소형 가치주,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 펀드는 고배당 우량주를 ‘투자 바구니’에 주로 담는다.

이들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성과가 좋았던 이유에 대해 “펀드의 운용 원칙과 기본을 충실하게 이행한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용현 KB자산운용 밸류운용1팀장은 “골프존, 에스엠 등 안정적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증대에 별 관심이 없던 기업들에 대해 주주 서한 발송 등 적극적인 관여 활동을 펼쳤다”며 “이게 해당 종목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년에도 이 같은 펀드 운용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종목보다 소외받고 있는 중소형 가치주를 담아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운용했다”며 “제우스, 오션브릿지 등 선점해둔 종목들이 올 들어 빛을 보면서 수익률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운용 원칙에 맞는 ‘진흙 속 진주’들을 꾸준히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열 미래에셋자산운용 스타일리서치팀장은 “삼성전자우, 맥쿼리인프라 등 안정적인 실적에다 배당 매력을 동시에 갖춘 종목들의 주가가 올해 고공행진한 영향이 컸다”며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섹터(업종)와 종목을 선별해 2~3년 장기 투자하는 전략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증시 변동성 클 것”

세 매니저는 “내년 증시도 올해만큼 쉽지 않을 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긍정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정용현 팀장은 “미·중 무역분쟁 완화 등에 따라 연말 증시가 크게 반등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상승장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내년에는 미래 성장성과 현금 흐름에 따라 종목 간 편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백 팀장도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최근 지수가 너무 빨리 올라간 측면이 있다”며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종목별로 옥석이 가려지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열 팀장은 “올해보다는 낫겠지만 지수가 대세 상승하려면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종이 상반기에 확실하게 턴어라운드해야 가능하다”며 “이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IT 대형주보다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이나 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밝은 폐기물처리 업종 등이 유망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