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원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원
내년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이 ‘주식하기 가장 좋은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증시 흐름이 1997~2001년 당시와 닮았다는 게 근거다. 사이클로 봤을 때 내년은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 증시 흐름이 넘어갈 것이란 설명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원(사진)은 24일 “내년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 글로벌 증시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신흥시장에서 거시건전성이 양호한 한국이 주도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2015년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글로벌 장세가 1997~2001년과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두 기간의 공통점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증시와 거시경제 흐름 △정보기술(IT) 관련주가 주도주인 점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 심화 등이 꼽혔다.

1997~2001년은 ‘닷컴버블’이 형성되던 시기였다. 2015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가, 중국은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한국은 반도체주가 증시 주도주가 됐다.

또 2001년 미국 9·11테러로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됐으며, 올해는 지난달까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냉각이 있었다. 미 Fed는 1999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2015년 12월부터 긴축기조로 돌아서 지난해까지 총 아홉 차례 금리를 올렸다. 다만 Fed는 지난 7월 말부터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또 미·중 간 1차 협상이 타결로 마무리되면서 사이클은 바뀌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은 내년 말 대선으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반면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내년엔 미국 등 선진국 시장보단 중국 등 신흥시장이 투자자들에겐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은 대외 여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먼저 조정받는 시장이라 ‘외국인의 놀이터’라는 오명이 있지만 회복장에선 이런 특성이 오히려 촉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