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 20일 오전 4시12분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달 말 만기를 앞둔 대규모 사무라이본드(외국 기업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채권)를 차환 발행하지 않고 현금 상환한다. 한화케미칼이 지난 10월 발행 계획을 접은 데 이어 국내 은행이 두 달 만에 사무라이본드 시장에서 등을 돌렸다.

[마켓인사이트] 사무라이본드 매력 '뚝'…우량등급 輸銀도 외면
한국과 일본 간 무역 마찰 장기화에 따른 일본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국내 기업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오는 27일 만기가 도래하는 750억엔(약 800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차환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수은은 사무라이본드 발행 없이 보유 현금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갚기로 했다.

한국 기업이 사무라이본드 발행 계획을 중단한 것은 지난 10월 한화케미칼(200억엔) 이후 두 달 만이다. 7월 KT가 300억엔을 조달한 이후 국내 기업이 사무라이본드 발행 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수은 관계자는 “운용자금이 넉넉한 데다 달러화채권 발행 환경이 좋아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나중에 달러화채권과 비교했을 때 조달 비용이 저렴해지면 엔화 조달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선 수은의 자금 사정과 달러화채권 발행 환경 외에도 한·일 무역 갈등 여파가 이번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가장 우량한 수은조차 발행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일반 기업이 굳이 사무라이본드를 통해 외화를 조달하려는 모험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